.../스물셋.

2021.07.29 모던걸 백년사

noey_ 2021. 8. 8. 15:36

지난번에 '로테/운수'를 너무 좋게 봐서 같은 제작사에서 만든 '모던걸 백년사'를 보러 갔다. 

내용은 1920년의 경희와 2020년의 화영의 이야기이다. 경희는 '인형의 집'을 번역하는 일을, 화영은 이를 연극으로 올리는 일에 참여하는 것이 유일한 연결점이라면 연결점이다. 1920년의 모던걸과 2020년의 페미니스트. 그 100년 사이의 사회적 인식은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는 극을 통해 보길 바란다.

CAST | 원근영 유주연 정휘욱 이예슬 이효진 박중리 고종승 이진시

후기)

굉장히 1차원적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사실 그래서 같이 보러 간 친구는 너무 좋았다고 한다. 적나라하게 이런 일들이 우리 주변의 일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니까. 나는 그래서 더 아쉬웠다. 페미니스트나 인권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이미 인지한 문제를 보여주기만 할 뿐, 더 나아가지 않는 기존의 문제들, 작품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느껴졌다. 첫 넘버부터 강렬하긴 했다. "모던걸, 된장녀, 양공주, 김치녀, 꼴페미 너희가 말하는 요즘 여자"라는 가사를 담고 있는데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들, 예전과 하나도 변하지 않은 지금. 이런 혐오적인 발언들을 가사에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처음부터 주제를 명확히 하고 시작한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것,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지만 아직도 고쳐지지 않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연대. 미투 운동을 비꼬는 대사가 있었다. 사실 정말 얼마 지나지 않은 문제이다. 당시 나도 연대운동에 함께 동참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SNS에 동참한다는 글을 태그 해서 올리기도 하고 학교 내 성관련 문제에 동참하는 의미로 손글씨를 써서 올리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에 너무 충격이었던 일이, 인스타그램에 태그 해서 올린 사람들의 글을 보고 연대한 사람들의 계정에 들어와서 테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다. 황급히 비공개로 계정을 돌렸고 아직까지 내 계정은 비공개이다. 너무 화가 났지만 내 계정, 내 사진들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고 비꼬는 것들이 너무 소름 돋아서 바꾸었던 기억이 있다. 2020년의 화영이는 동아리 내에서 단톡방에서 남들이 평가질 하는 것을 자신의 눈으로 보고 싸우기로 결심한다. 그러자, 친한 언니가 와서 하는 말은, "하지 마"였다. 그런데 너무 슬프게도 내가 당했다면 싸우겠지만 내 지인이 당했던 거라면 나도 하지 말라고 할 것 같았다. 실제로 주변에 이런 일이 있었을 때, 가해자를 엄청 욕하고 대놓고 무시하긴 했지만 정작 피해자였던 지인에게 당시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무슨 상황인지도 정확히 몰랐으니까. 그냥 조용히 피해자였던 지인을 응원할 수밖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데 작품은 딱 거기까지였다. 모던걸 백년사라고 해서 뭔가 연결점을 더 보여주거나 비교될만한 일들을 기대했는데 단편적인 이야기 2개를 본 기분이 강했다. 무대 또한 두 개의 공간이 나누어져 있어서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좋았지만 아쉬운 부분이 더 컸던 것 같다. 무엇보다 음향... 예그린 자체 음향이 별로인 것 같아... ;-; 

아무튼 오래간만에 뮤지컬 봐서 좋았다:) 부모님 세대와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대학교에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니까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