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셋.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MMCA (2021.07.21-2022.03.13)

noey_ 2021. 9. 2. 12:06

해당 전시는 예약을 하고 입장해야 했다. 뮤지컬 티켓팅으로 단련된(?) 실력으로 다행히 처음 도전하자마자 바로 성공했지만 날씨 눈치게임에서는 처참히 패배하여.... 엄청난 비를 뚫고 다녀왔다. (다녀온 날 이후로 계속 비 온다고 했는데 딱 저 날만 비 왔음. 억울함.) 중간에 집에 갈 뻔했다. 예약한 시간대에 관극 티켓팅이 잡혀서 오픈보다 5분 정도 늦게 입장했고 덕분에 초입에 사람이 많지 않아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사진 촬영이 가능한 전시이다. 하지만 무음 카메라 + 플래시 끄는 관람 예의는 지키면서 촬영합시다^~^

사전 예약 방법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관람 예약 (kguide.kr)

 

국립현대미술관 전시관람 예약

 

www.kguide.kr

해당 사이트에서 사전 예약은 필수이고 현장 구매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회차당 관람인원 30명(총 8회 차, 수/토요일 총 11회 차)으로 관람일 2주 전 0시 정각에 풀린다. 매일 풀리는 것 같으니, 아무 때나 0시에 도전하면 된다. 전시 관람 후 다른 기획 전시도 관람 가능하다.

언제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모든 관람객이 무료로 전시를 볼 수 있으니 많이 보길 바란다.

이렇게 생긴 스티커를 옷에 부착하고 관람해야 한다:) 시간대별로 색이 다른 것 같다.

 

도슨트

현장 도슨트는 진행되지않고 어플을 깔아서 도슨트를 들으면 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안내'라고 검색하면 바로 나오고 이번 전시는 유해진 배우가 재능기부를 하였다. 

50점이라 관람시간은 1시간으로 충분하겠지,라고 생각하고 천천히 관람하면 큰일 난다. (저도 알고 싶지 않았어요) 도슨트 해설의 화면을 더블클릭하면 글자로도 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전부 해설을 듣기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오래 보지 않았던 작품은 글로 해설을 읽으면서 관람했다. 

 

 전시 소개

이번 전시는 1 전시실에서 이루어짐.

 

국립현대미술관은 1969년 개관이래 한국미술사 정립을 위해 작품을 꾸준히 수집하여 왔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은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으로 10,000점이 넘게 되었다. 소장품의 55%가 기증에 의해 수집되었으며 이러한 기증은 한정된 수집 예산을 극복하면서 소장품을 보다 풍성하게 해 준다.

이번 故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들의 기증은 그 미술사적 가치와 규모가 가히 ‘세기의 기증’으로 불릴만하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의 질과 양을 비약적으로 도약시키고 국민들과 함께 향유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는 매우 크다. 기증 작품 1,488점은 근현대미술사를 아우르는 작품들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의 많은 빈자리를 메꾸어 줄 것이다. 20세기 초 희귀하고 주요한 한국 작품에서부터 국외 작품에 이르는 이건희 컬렉션은 시대별, 부문별, 지역별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어 소장가의 미술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을 짐작할 수 있다. 아울러 소장가로서 故이건희 회장이 당대 창작활동과 미술 발전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하였는지 알 수 있다.

이건희 컬렉션은 국내 작품 1,369점, 국외 작품 119점이다. 부문별로는 회화 412점, 판화 371점, 한국화 296점, 드로잉 161점, 공예 136점, 조각 104점이며, 제작연도 기준은 1950년대 이전 작품이 320여 점, 작가의 1930년 이전 출생연도를 기준한 ‘근대작가’의 작품은 860여 점으로 약 58%를 차지한다. 작가로는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이응노, 유영국, 권진규, 끌로드 모네, 까미유 피사로 등이 포함되어 있다.

본 전시는 이건희 컬렉션에서 주를 이루는 20세기 초반에서 중반까지 한국 근현대 작품 중심으로 50여 점의 대표 작품을 선정하였다. 20세기 초 이상범의 <무릉도원>과 백남순의 <낙원>,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이중섭의 <황소>,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천경자의 <노오란 산책길>, 이성자의 <천 년의 고가> 등 그야말로 국민들이 사랑하는 작가의 명작들을 선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국민들이 이건희 컬렉션을 지속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미래 문화유산으로 관리하여 故이건희 회장과 유족들의 기증 의미를 조명하고자 한다.

SECTION 1. 수용과 변화

일제 강점기의 조선은 새로운 문물을 수용하면서 미술에도 변화를 맞이한다. 서구 매체인 유화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로서 조선의 전통 서화도 변화를 모색하게 된다. 

백남순, 낙원, 1936, 캔버스에 유채, 173X372cm

처음 들어가면 보이는 작품. 1세대 여성화가의 작품을 가장 먼저 전시한 것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해방 이전에 그려진 작품으로 캔버스 천에 전통 병풍 형식을 취한 작품이며 동양의 무릉도원과 서양의 이상향인 아르카디아 전통을 결합한 독특한 작품이다. 

이인성, 다알리아, 1949, 캔버스에 유채
이상범, 산고수장, 1966, 종이에 수묵 채색. 8폭 병풍

 

변관식, 무창춘색, 1955, 종이에 수묵채색, 6폭 병풍

사진에는 없지만 금강산 구룡폭도 좋았다. 변관식 작품은 다 좋았다. 

박래현, 여인, 1942, 종이에 채색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곧 떨어질 듯한 학 종이와 턱을 괴고 있는 손, 파스텔 톤의 옅은 채색이 왠지 모르게 슬픈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데 이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기억에 남는 작품.

이대원, 북한산, 1938, 캔버스에 유채

대담한 붓터치와 강렬한 색상이 인상적이었던 작품. 

 

SECTION 2. 개성의 발현

해방 이후, 전쟁이라는 혼란 속에서의 미술

입구부터 어마어마한 군마도가 눈길을 끄는 섹션이었다. 이번 전시에서 제일 좋았던 작품이었다. 

권진규, 자소상, 1967, 테라코타

먼 곳을 응시하는 모습이었는데 묘하게 자코메티 작품이 생각났던 작품. 자화상이 붓으로 그린 자신의 얼굴이라면 자소상은 흙으로 빚은 자신의 얼굴이다. 테라코타는 흙으로 빚은 조각을 말린 뒤 불에 구워서 만드는 방식을 말한다. 아래 손 또한 권진규의 작품이다.

권진규, 손, 1963, 테라코타
김기창, 군마도, 1955, 종이에 수묵채색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군마도. 크기에도 압도적이었지만 수묵채색만의 그 두툼한 느낌에서 또 한 번 압도당했다. 시간이 부족했다는 게 아쉬울 따름.

이어지는 같은 섹션. 우리가 많이 아는 작가들이 나와서 반가웠던 섹션이었다.

 

박수근, 절구질하는 여인, 1954, 캔버스에 유채

밀레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실제로 밀레와 같은 화가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이 작품의 모델은 그의 아내였다.

박수근, 유동, 1963, 캔버스에 유채

한국전쟁 후 서민들의 일상을 소재로 그린 작품들이 많은데 따뜻하고 농가 느낌이 가득 풍기는 색조와 동글동글한 느낌의 그림은 언제 봐도 매력적이다. 

이중섭, 흰 소, 1950년대, 종이에 유채
이중섭, 황소, 1950년대, 종이에 유채

작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작아서 놀랐다. 작은 그림이지만 그 안에 묵직한 붓터치가 인상적이었다. 그런 붓터치와는 다르게 두 소 모두 애잔하고 힘겨워 보이는 느낌이 든다는 게 또 다른 매력이었다. 

이중섭, 다섯 아이와 끈, 1950년대, 종이에 유채
(왼)유영국, 작품, 1972, 캔버스에 유채 / (오)유영국, 작품, 1974, 캔버스에 유채

유영국은 김환기, 장욱진과 함께 신사실파를 창립해 한국 추상미술 운동을 주도한 서구적인 화가이다. 그가 그린 산은 변화무쌍한 자연의 신비와 숭고함을 담아낸 아름다움의 원형 같은 것이었는데 형태, 색채, 질감 같은 회화적 요소들을 실험하며 2년에 한 번씩 열렸던 개인전을 통해 이러한 추상의 과정들을 발표했다. 그림의 아래에 보면 숫자가 적혀있는데 해당 숫자가 연도를 의미한다. 72년도의 작품은 차가운 색채를, 74년도의 작품은 따뜻한 색채를 사용했고 같은 계열의 색채 내에서도 미묘한 변주를 주어 작품을 완성했다.

김환기, 여인들과 항아리, 1950년대, 캔버스에 유채

이 작품도 재미있었던 작품이다. 1950년대 삼호그룹 정재호 회장의 주문으로 제작된 것으로 자택에 대형 벽화용으로 주문한 작품이었다. 그래서인지 장식적이고 풍요로운 느낌이 많이 들어갔고 파스텔 톤의 색채가 온화하고 포근한 느낌을 더해주는 것 같았다.

김환기, 2-X-69#120, 1969, 캔버스에 유채

작품에 제작 날짜와 일련번호를 붙이는 것이 신기했던.

김환기, 산울림 19-II-73#307, 1973, 캔버스에 유채

점화 양식의 완성 단계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파동을 떠올리게 하는 리듬감이 매력적이었다. 

SECTION 3.  정착과 모색

김종영, 작품 70-1, 1970, 나무
남관, 가을축제, 1984, 캔버스에 유채

남관은 프랑스에서 미술을 공부한 프랑스 유학 1세대로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1960년 전후에는 콜라주와 데콜라주 기법을 이용해 갑골문자, 마스크 같은 형상의 작품들을 제작했다. 1967년 프랑스에서 귀국한 후에는 보다 뚜렷한 문자추상이나 마스크 형상 등으로 발전하게 되고 푸른색과 보라색 같은 색채가 보다 자유롭게 표현되기 시작한다. 1980년대 이후, 전쟁이라는 무겁고 어두운 형상이 아닌, 밝고 화려한 색채로 덮인 화면으로 변화했다.  

(왼) 이응노, 구성, 1971, 천에 채색 / (오) 이응노, 작품, 1974, 천에 채색

두 작품은 문자 추상의 절정기였던 당시의 대형 작품으로 기법적으로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구성>은 융 같은 표면 위에 물감으로 그려 붓 터치가 보이고 <작품>은 거친 천 위에 문자 형상을 다른 색 천으로 붙인 후 그 형상 주변에는 붉은색의 실로 꿰맨 듯한 기법으로 제작하였다. 글자들은 한자의 형상처럼 보이지만 문자로서의 구체성은 추상화되어 없어진 대신, 문자들이 연결되어 구성됨으로써 자연스러운 조형미를 부각하고 있다. <구성> 같은 경우에는 왼쪽과 오른쪽에 다른 색을 배치하여 대비시킴으로써 화면에 역동성을 부여하고 있다.

재밌었던 것은 그의 출발점이 서예가였다는 것. 

권옥연, 양지, 1956, 캔버스에 유채
류경채, 가을, 1955, 캔버스에 유채
박생광, 무녀, 1980, 종이에 채색

"역사를 떠난 민족은 없다. 전통을 떠난 민족예술은 없다"

천경자, 노오란 산책길, 1983, 종이에 채색

'화려한 슬픔', '비타협적인 고고함' 등으로 묘사되는 그녀의 작품 세계답게 은은하고 몽환적인 느낌이 매력적이다. 이 여인상의 모델은 천경자의 큰 며느리였다고 한다.  

 

보통 전시회를 가면 매력적인 작품이 2-3 작품 정도로 손에 꼽았고 그러한 작품들을 제외한 다른 작품들에는 크게 시간을 소요하지 않고 관람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번 전시는 모든 작품들이 너무 소중하고 매력적이었다. (컬렉션이니까 당연할지도) 그래서 도슨트를 하나씩 듣고 천천히 관람하기에는 작품 수가 적은 전시였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부족했던 감이 없지 않았고 이렇게 좋은 전시를 예약한 인원만 보게 해서 여유롭게 볼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좋았던 전시였다. 시간이 되고 예약을 성공한다면 한 번 더 보러 갈 의향이 있을 정도로 좋았다. 한국 작가들을 이렇게 많이 볼 수 있는 시간이 흔치 않아서 더 소중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