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셋.

2021.05.28.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 Into the Myth

noey_ 2021. 5. 30. 12:10
Toure ma vie je n'ai fait qu'aimer. On ne peut concevoir la vie sans amour.
평생 동안 나는 사랑만 했다. 사랑 없는 삶은 생각할 수가 없다.

 

뽀짝한 친구님 손:)


사람이 많다는 소식은 접했고 예상대로 줄을 서서 대기했어야만 했다. 금요일 오후 2시쯤 도착했는데 대략 30분 정도 대기했다. 참고하고 가시기를. 도슨트는 따로 없지만 오디오 가이드가 있었다. 오디오 가이드도 대기해야 해서 이번에는 그냥 그림만 보기로.
이번 전시는 파리에 있는 '국립피카소미술관'의 소장품 110여 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90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의 회화, 판화, 도자기, 조각 등 여러 매체를 만나볼 수 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한국에서의 학살>이 70년 만에 전시된 것...! 개인적으로 <마리 테레즈의 초상>도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 작품도 와서 너무 놀랐다.
이번 전시의 구성은 예술의 전당이 좋아하는 연대기적 테마 구성이다.


1. 바르셀로나에서 파리, 혁명의 시대
FROM BARCELONA TO PARIS, ERA OF REVOLUTION

일명 청색시대라고 불리는 피카소의 초기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장으로 '아비뇽의 처녀들'이 생각나는 듯한 '인물에 둘러싸여 누워있는 누드', '만돌린을 든 남자', '콧수염이 있는 남자', '기타와 배스(bass) 병' 등이 있었다.

피카소, 인물에 둘러싸여 누워있는 누드, 목판에 유화, 1908 봄, 파리, 36X62 cm
피카소, 만돌린을 든 남자, 1911, 파리, 캔버스에 유화, 162x71cm
만돌린이 뭔지 몰라서 찾아봄...

2. 질서로의 회복, 고전주의와 초현실주의
RETURN TO ORDER, CLASSICISM AND SURREALISM

이 섹션은 우리가 아는 피카소 느낌은 찾아보기 힘들었던 섹션. 그렇지만 그것도 나름 매력적이었다. 피카소가 그림을 못 그려서 안 그린 것이 아니라는...!

주앙레펭(Juan-les-Pins)의 풍경, 1920

함께 갔던 친구가 제일 좋다고 했던 작품.

투우, 1922

개인적으로 이 섹션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작품. 색감이 마음에 들었다.

파블로 피카소, 편지 읽기, 1921, 캔버스에 유화ⓒ 2021 - Succession Pablo Picasso - SACK (Korea) 비채아트뮤지엄

고의적으로 같은 얼굴을 사용했으며 1차 세계대전 직후 입체주의에서 신고전주의로 관심을 돌렸던 시기에 제작한 대표작으로 피카소 특유의 멜랑꼴리한 느낌이 느껴졌다.

파블로 피카소, 피에로 복장의 폴, 1925 ⓒ2021-Succession Pablo Picasso-SACK(Korea)

그의 아들을 모델로 한 작품.

얼굴과 프로필, 1928

 

3. 볼라르 연작
SUITE VOLLARD

1900년부터 1937년 볼라르가 주문한 동판 인쇄 작업물. 재밌었던 것은 대금 대신 르누아르, 세잔의 그림을 줬다고 한다. 이 시리즈는 싸우는 미노타우로스, 눈머는 미노타우로스, 조각가의 작업실로 나뉘어있다. 모든 작품은 에칭 작품이었다. 왜인지 모를 슬픔이 느껴지고 <게르니카>와 성경의 장면이 생각나는 묘한 감정이 드는 전시였다.

GUERNICA, 1937

해당 전시에서는 <게르니카>는 없었지만 이 작품을 알고가면 더 많은 것이 보이고 더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부상당한 미노타우로스 Ⅵ, 1933

이거 말고 부상당한 미노타우로스 다른 시리즈가 있는데 그 작품이 더 매력 있었다. 뒤에 시선들이 굉장히 부담스럽고 무서웠으며 미노타우로스에게서 왜인지 모를 슬픔이 느껴졌다랄까... 미노타우로스 시리즈가 정말 매력적인데 사진 자료가 많지 않아서 아쉬울 따름.

잠든 미노타우로스를 지켜보고 있는 여신 차림의 마리 테레즈, 1933
별이 빛나는 밤에 비둘기를 든 마리테레즈와 안내를 받는 눈 먼 미노타우로스, 1934

이 작품이 이 섹션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다. 묘하게 성경의 장면이 떠오르는 것 같다고 할까. 밤을 표현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 섹션이 좁은데 많은 작품을 전시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몰려서 관람하는데 제일 힘들었던 구간이었다. 그래서인지 빠르게 훑어보기만 하고 넘어가는 분들도 많았다. 하지만 위의 저 작품만큼은 꼭 보고 가시길.

4. 새로운 도전, 도자기 작업
NEW PERSPECTIVE, CERAMICS

개인적으로 도자기에 관심이 별로 없어서 빠르게 훑고 지나간 세션. 올빼미(부엉이였나)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았고 도자기의 안쪽까지 색채가 되어있는 걸 보면 도자기라는 형식 위에 작품을 그린 것으로 보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 작품은 아니, 왜 술병인데 구멍이 없어?라고 하면서 열심히 구멍 찾기를 시도해보았지만 결국 찾지 못한 작품.

무릎 꿇은 여인 술병, 1950

5. 피카소와 여인
PICASSO AND WOMEN

사실 이 이야기로도 하나의 전시가 될 수 있을 만큼 많은 이야기가 담긴 세션.
물론 전시장 내에 간단하게 만났던 여인들에 대해 설명이 되어있긴 했지만 도슨트가 없었다는 게 너무 아쉬울 정도로 그 글로는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리고 그 글을 읽고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마짚)


전시와는 무관하게 내가 보려고 정리하는 피카소의 여인들
1. 페르낭드 올리비에 (Fernade Olivier)
1904~1911년 7년 동안 동거한 여인으로 암울했던 '청색시대'의 그림을 '장밋빛 시대'로 바꾸게 한 여인.
2. 에바 구엘 (Eva Gouel)
피카소가 30세에 만난 여인으로 친구 마르쿠스의 모델이자 연인이었으나 피카소가 가로챘다.
1912~1915년 3년 동안 만났는데 이는 그녀가 결핵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결핵이라는 것을 알고 이사를 가버리고 바람까지 났던 그였으나 그녀가 죽고 괴로워했다고 한다. 그녀를 만나고 그림이 따뜻하게 변화했다.
3. 올가 코클로바 (Olga Khokhlova)
발레단 무용수로 1918년 처음으로 피카소와 결혼한 여인이다. 당시 피카소는 36살, 올가는 25살이었고 이후 아들 폴과 파울로를 낳는다. 올가와 결혼을 하고 다른 여인과 바람이 나서 별거도 했으나 피카소가 이혼을 거부했다. 결국 이혼을 하긴 했으나 위자료와 양육비를 제대로 주지 않았다고 한다.
4. 마리 테레즈 월터
(내가 그가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이유) 결혼 10년째 만난 여인인데 당시 마리의 나이는 17살이었다. 당시 부인이었던 올가 몰래 둘이 동거하는데 길 건너편 아파트였다고 한다. (야...)
마리를 만나고부터는 누드화를 많이 그리기 시작했고 이후 마리는 22살에 딸을 낳지만 5년 뒤, 피카소와 헤어진다.
(여담으로 피카소가 죽자 따라 자살한...)
5. 도라 마르 (Dora Maar)
1936년 마리 테레즈와 연인 관계일 때 만난 사직작가로 게르니카 작업 당시 도움을 많이 주었으며 덕분에 작업 과정이 다큐로 남아있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잘 아는 <우는 여인>의 모델이기도 하다. 그녀는 1936~1944년 피카소와 함께 살았다.
(여담으로 그녀도 피카소가 떠나자 정신병원을 다니고 이후에는 의문의 자살...)
6. 프랑수아즈 질로
피카소가 63세였던 1943년 세계 2차 대전 당시, 21살 법대생 (...)이었던 그녀를 만난다. 1944년부터 9년 동안 동거하며 아들과 딸을 낳았는데 (피카소가 또...) 다른 여자와 바람난 사실을 알게 되자, 먼저 그를 떠나버린다. 피카소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먼저 그에게 결별 선언을 한 여인으로 유명하다.
(주느비에브 라포르트)
1944년 17세 때, 63세였던 피카소를 처음 만났고 1951년, 24살 때부터 2년간 비밀스러운 관계를 맺는다. 당시, 프랑수아즈를 만나고 있을 시기였다. (비밀스럽게 만나서 7번째 여인으로 치는 것 같지는 않다...)
7. 자클린 로크 (Jacqueline Roque)
1953년 피카소가 72세일 때, 18살이었던 그녀를 만난다. (....)
그리고 1961년, 피카소가 80세가 되던 해에 두 번째로 결혼을 한다.
(여담으로 이 분도 피카소가 죽고 전 여자(...)들과 자식들의 유산문제를 해결하고 13년 후, 권총 자살...)

( 읽다 보면서 화가 많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면 제대로 보신 겁니다... 할많하않...)


 

마리 테레즈의 초상, 1937
파란 모자를 쓴 여인의 상반신, 1944
모자를 쓴 여인의 상반신, 1941

6. 전쟁과 평화, "한국에서의 학살"
WAR AND PEACE, AROUND "MASSACRE EN CORÉE

다소 충격적인 사실들을 알게 된 세션. 인상적이었던 것은 <염소>, 1950라는 조각이었는데 한쪽은 웃고 있는 얼굴에 포동포동한 몸이었고 반대쪽은 화가 난 듯한 얼굴에 우울한 입을 하고 갈비뼈가 다 보일 정도로 앙상한 모습을 한 조각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당연, '한국에서의 학살'. '게르니카'(1937)와 '시체안치소'(1944-1945)와 더불어 피카소의 반전 예술 3대 걸작으로 한국에는 70년 만에 들어오는 작품이다. 몰랐던 사실이었는데 피카소는 공산주의자였고 그렇기에 한국인을 그린 것이었다면 북한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왼쪽은 여자와 아이들, 오른쪽은 무장을 한 사람들이 보인다. 왼쪽에는 괴로워하는 듯한 여성 2명과 눈을 감은 여성 1명, 그리고 그 여성의 손을 잡고 체념한 듯한 표정의 소녀가 있고 천진하게 바닥에 장난치는 아이가 보인다. 그 뒤로 구덩이처럼 보이는 것이 바닥에 있다. 오른쪽 무장한 사람들 중에서는 칼을 들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중세 기사를 떠올리게 한다. 이 대립적인 구도 사이로 강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다. 배경의 초록은 희망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구도의 그림들은 여러 다른 작품에서도 살펴볼 수 있고 이에 대한 설명도 전시장 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에서의 학살, 1951, 합판에 유화, 110X210cm

7. 마지막 열정
LAST PASSION

마지막 세션은 <칸느 해안>, <보브나르그의 식탁>과 같은 평화로워 보이는 그림이 있고 <두 팔을 벌린 여인>과 같은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전시회 자체는 너무 좋았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이 꺼려진다면 오전에 가거나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니면 전시 막바지에 가시기를. 정말 유명한 작품에는 '아우라'라는 게 느껴지는데 이번 전시에서 그런 작품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어 좋았다. 도슨트없이 감상하는데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었는데 (평소에 도슨트 포함 1시간 30분~2시간 정도 보는 편이다) 오디오 도슨트에 꼼꼼히 관람하고 싶으신 분들은 2시간 이상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 > 스물셋.'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0) 2021.07.16
2021.06.30 렁스  (0) 2021.07.01
2021.06.27 낮공 맥베스 트라이아웃  (0) 2021.06.28
2021 상반기 영화 정산  (0) 2021.06.22
uncut gems  (0) 2021.05.25